지난 11일, 교수협의회와 LoC 공동 초청 특강 강사로 이상희 前과학기술처 장관(1988. 12-1990. 1)이 우리대학을 방문했다. 국회상임위원장과 대통령 자문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정보와 창의를 강조하며, 학생들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다양한 길을 걸어온 그의 인생철학과 교육철학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우리대학을 방문하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전북은 예향의 본거지입니다. 특히 원광대학교는 예향의 중심대학으로서 그 명성에 걸맞은 학풍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화목한 느낌의 캠퍼스가 저에게는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시고, 약학과 박사학위까지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과학기술처 장관이 되신 건가요?
  고등학교 때 오랫동안 병상생활을 했기 때문에 약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약학이 여러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인간과 연결 짓는 종합적 학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돈을 잃으면 잃는 만큼 잃고, 명예를 잃으면 몇 배를 잃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이야말로 과학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나무에 비유한다면, 열매는 경제, 줄기는 산업, 뿌리는 과학에 해당됩니다.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도 열매도 잘 자라나지 않겠습니까? 그런 뿌리를 키우는 일이 저의 운명이고 팔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회장을 역임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협회이며, 최근 진행 중인 사업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현재 세계는 영토전쟁에서 특허전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오늘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는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로 대성했습니다. 농업사회는 논밭에서, 산업사회는 공장에서, 지식사회는 우리의 머리에서 지식재산을 만들어 냅니다. 해외 각국에 있는 우리 교포들도 새로운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전문 사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를 만들었습니다. 근래엔 해외에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교포사회를 깨우치는 일도 협회의 중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협회는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과학도 지식재산의 중요한 축으로 여겨, 고은 선생을 공동회장으로 모시고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흔히 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고 말합니다. 정보화 사회를 맞은 우리 국민들이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요?
  21세기는 무형의 지식재산인 정보가 돈이 되는 시대입니다. 근검, 절약, 협동의 새마을 운동에서 '1국민 1새로운 정보'라는 국민 정보 창출 운동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입니다. 더욱이 정보화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의 원활한 소통으로, 정과 반의 합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 중에는 정의 정보도 있고, 반의 정보도 있을 것입니다. 이 정과 반의 정보 교류를 통해 합으로 발전하는 소통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본지 강우현 기자와 인터뷰 하는 이상희 전 장관

  <대한민국의 미래, 과학두뇌가 희망이다>라는 책을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영재학회 명예회장으로 계시기도 한데 '과학두뇌'의 개념이 무엇인지,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 방식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과학두뇌'는 머리에서 지식재산을 생산하는 '창의적 두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 인재 양성 교육 방식은 아직도 산업사회의 암기식 교육입니다. 이 교육 시스템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동아리와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서로 토론하고 연구하는 학습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외워서 시험지에 옮기는 시험의 시대는 지났습니다. 스스로 뜻이 맞는 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전문 학습연구, 전문 창업동아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이스라엘, 스위스, 덴마크에서는 대학생들이 인터넷 세계를 누비며 창업 아이템을 찾고,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이에 발맞춰 학생들에게 새로운 교육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 기초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자금을 마련하고, 홍보할 것인지를 보고서로 제출하여 시험으로 대체되도록 해야 합니다.
  창업 준비가 되면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 자금을 바탕으로 창업해서 기업 경영을 학과 수업으로 대체하고, 대학은 기업 수입의 일부를 등록금 대신 받아 학교 운영에 사용하면 됩니다. 학생들이 창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학교가 환경을 조성한다면, 대학생의 창조적인 두뇌는 창조경제를 만들어가는 데 모든 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1학생 1창업 1특허'를 강조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우리대학 김도종 총장의 '1학과 1창업'과 맥이 비슷해 보입니다. '1학생 1창업 1특허'를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과 같은 현행 대학의 교육방식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중간, 기말고사로 학생을 평가하는 시스템으로는 '1학생 1창업 1특허'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라는 테두리가 아닌 정보의 세계 속에서 금맥이 어디에 있는지를 스스로 탐색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료를 조사하는 활동 자체에도 학점을 부여해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공부하게끔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보다는 그룹으로 모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습동아리, 연구동아리, 창업동아리를 만들어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과 토론을 나누며 교수님께 자문을 구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현행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길러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암기력을 기르는 시스템입니다. 이번 알파고 대결만 보더라도 이제는 기억력 중심의 학습에서 벗어나 영감적 사고와 감성적 사고를 통한 창의적 사고에 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또, 학생들 스스로가 고뇌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가령 불교에도 교종과 선종이 있습니다. 교종은 불서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선종은 스스로 독학하여 깨우치는 공부입니다. 대부분의 훌륭한 스님은 선종을 통해 공부한 스님들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대학의 교육도 이제는 교종에서 선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1학생 1창업 1특허'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공동체 사회임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발명이나 특허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람 인(人)처럼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서로 만나야 하는 것이고, 서로 이질적인 사고로 창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계실 때 과천국립과학관장도 겸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과천국립과학관장으로 취임하신 후에 과학관을 어떻게 운영하셨는지요.
  사실 과천국립과학관장은 2급 국장 자리입니다. 저는 국회의원 4선, 국회 상임위원장, 대통령 자문위원장을 역임했고, 장관급을 2번 지낸 사람으로서 관장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형식논리에서 극히 어긋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가 어린이에게 있다는 신념을 품고 영재교육진흥법, 우주소년단을 창단했습니다. 또한 국회의원 생활 당시 대학생 350명과 1박2일 연수를 35회차나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초기에 6천억 원을 투자해 과천국립과학관을 만들었지만, 운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과학계에서 간청을 해왔고, 국회 보좌진들도 도와주겠다하여 맡게 되었습니다.
  관장직을 맡고 단기간 내에 개혁을 해야 했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집합된 협력의 힘이 필요했지만 노조 사이에서는 이질적인 사람이 관장으로 부임하니 조건반사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설득도 중요했지만, 저는 먼저 제 관장 봉급 일체를 노조원의 자녀들 장학금으로 지급하며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노조원들은 과학관을 살리겠다는 저의 진심을 깨닫고, 제가 추진하는 부분에 대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습니다. 전시회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감성적인 쪽의 전시회를 열었고, 온라인 수학경시대회를 열어 이틀 만에 3만5천 명이 모이는 성과도 얻었습니다. 또한 SF 영화제를 어린이들이 직접 주도하도록 배려하고, 영상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 불과 1년 반 만에 국가평가기관에서 1등을 했고, 그 당시 평가의 중요한 부분이 CEO의 뛰어난 창의력과 지도력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원광대학교도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학교 책임자
들이 이러한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학이라는 곳은 인생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학업에도 충실해야겠지만, 공부만 하는 학습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에서 평생 공부를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제가 E-learning 산업발전법을 만들 때, 이제는 나이가 차면 일을 그만두는 정년퇴직 시대가 아니라 능력이 다하면 일을 그만두는 '정능퇴직'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공부하는 기본적인 방법만 익히고, 이 공부를 어떻게 즐겁게 하느냐는 자기 성격과 취미에 맞게끔 스스로 개발해 나가야 합니다. 사랑하는 원광대학교 학생 여러분! 앞으로의 대학생활에 꿈과 낭만, 모험과 도전이 함께 하길 빌겠습니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