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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산불 진압기술 러시아서 배워야

원호섭 기자
입력 : 
2019-06-02 18: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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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

과학기술 접목 `스마트소화기`
물과 여러 화학물질 조합해
산소차단·화재진압에 활용
한국도 도입해 활용해볼 만
사진설명
"우리는 항상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사후 관리만 한다. 얼마 전 발생한 강원도 산불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을 토대로 사전 예방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후속 조치만 찾는다." 이상희 녹색삶지식원 이사장(전 과학기술처 장관·81)이 지난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 사고를 본 뒤 정부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녹색삶지식원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강원도 산불에 헬기 총 51대, 화재 진압 차량 870여 대, 소방대원 수백 명이 투입됐다"며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 규모지만 기존 재래식 소방장비로 화재를 진압하기에는 역부족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전체 소방 예산 중 국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한 상황에서 산불이 이 정도로 끝난 이유는 소방관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 덕택이었다"며 "하지만 언제까지 소방관들 희생에 화재를 맡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국 소방제도 예산은 지방자치단체별 인력·장비 예산이 제각각이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2001~2018년 강원도에서는 산불 등으로 인해 축구장 6840개, 여의도 18개 면적이 소실됐다. 올해 발생한 강원도 산불 피해 면적은 여의도의 두 배에 달하는 530헥타르(㏊)에 달한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항상 사건이 발생해 피해가 생기면 후원금을 만들어 전달한다"며 "사건 자체(화재)가 일어나기 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강원도 산불 소식을 들었을 때 러시아 특허대학 총장이 이야기했던 '스마트 소화기탄'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녹색삶지식원에 따르면 스마트 소화기탄은 러시아 정부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소방방재아카데미와 모스크바 국방항공연구소 등이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민간 기업에 기술이전해 상용화한 제품이다. 물과 함께 여러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동그란 공 형태를 띠고 있다. 불이 난 곳에 소화기탄을 던지면 내부에 있는 물과 화학물질이 순식간에 불을 뒤덮으면서 공기 중 산소를 차단해 화재를 진압한다. 녹색삶지식원에 따르면 스마트 소화기탄은 무인항공기나 헬기를 이용해 산불이 일어난 현장에 떨어뜨려 불을 진압할 수 있는데 최근 민간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러시아는 탁월한 화재감시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스프링클러·자동 소화장치의 비효율성을 보완하고 대형 제조 기반 시설, 고층 건물, 문화재 등을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화재 자동 감지 스마트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화재 진압을 위한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건조한 기후로 인해 산불과 같은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데 영토가 넓어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이사장은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데 진화가 어려운 만큼 러시아는 옛날부터 화재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여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에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이번 강원도와 같은 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이 이사장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과학기술처 장관을 역임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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