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세계 특허경쟁 치열한데…韓 지식재산권 제도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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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6-18 11:56 조회2,41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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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특허경쟁 치열한데…韓 지식재산권 제도는 제자리"
17일 헌정회 '지식재산권 전략 포럼'
남호현 지식재산포럼 회장(왼쪽)과 이상희 전 과학기술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열린 `국가 생존을 위한 지식재산권 전략 포럼`에서 특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미·중 패권전쟁의 주 무기는 지식재산권이다. 세계 특허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데 국내 관련 제도는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남호현 지식재산포럼(IPF) 회장(국제특허 바른 대표변리사)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열린 `국가 생존을 위한 지식재산권 전략 포럼`에서 국내외 지재권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억원당 내국인 특허 출원 건수는 86.1건으로 중국(58.7건)이나 일본(52.7건), 미국(16.6건)보다 많다.
그러나 특허의 질적 성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남 회장은 "원천·표준 특허 부족으로 인해 한국의 지재권 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 상태이고, 창업 기업의 5년 후 생존율도 27.3%로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며 "국내등록우수특허비율(PQI) 역시 내국인은 16~17%로 외국인(38.3%)의 절반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가치 창출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수십 년째 제자리인 지적재산권 제도를 꼽았다. 대표적인 것이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 규모다. 미국은 특허를 침해할 경우 특허 1건당 평균 65억7000만원의 배상액이 청구되는 반면, 한국은 평균 6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남 회장은 "미국의 GDP가 한국의 12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국 특허의 배상액은 9분의 1 수준"이라며 "사실상 헐값으로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내 특허는 분쟁에 휘말릴 경우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남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막대한 투자로 개발한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더라도 특허 명세서가 부실하게 작성돼 경쟁사가 쉽게 특허를 우회하거나 소송을 통해 무효화해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특허 등록도 중요하지만 특허침해 송 대리권을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에게 부여하는 등 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과도한 세율을 적용해 발명자의 사기를 꺾고 연구 성과물인 지적재산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현행 발명보상제도의 개선, 국내 기업이 해외 특허 확보를 통해 세계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 차원의 지적재산권 등록 지원,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 개선 등이 지재권 제도 혁신 방안으로 지목됐다.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이 시행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 회장은 "일례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했지만, 실제 대통령이 의장으로 지재위를 주재하지는 않고 있다"며 "법 취지에 맞게 지재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재위의 사무기구인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을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서 범부처 협업이 가능한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기고, 특허청의 지위도 격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 회장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는 미국은 중국 등 해외 국가들을 상대로 지재권 침해에 대해 엄벌하겠다며 선전 포고를 했고, 중국도 `신(新)만리장성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재권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 주요국이 자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고 이를 무기로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지식사회에 걸맞게 지재권 보호를 위한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상희 전 과학기술부 장관(국가과학기술헌정자문회의 의장)은 "서둘러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머지않아 중국의 `특허 식민지`가 될 가능성 높다"며 "더 이상은 주춤할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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