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청문회와 과거청문회 (중앙일보 2014년 8월 6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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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4-08-08 10:50 조회3,305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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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 청문회와 과거 청문회
[중앙일보] 입력 2014.08.06 00:39 / 수정 2014.08.06 01:00
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은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대통령 역시 이러한 국민의 염원을 담아 공직 개혁과 국민 안전대책 수립을 포함한 ‘국가 개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수행할 박근혜 2기 정부는 두 번의 총리 후보 낙마 후 정홍원 총리가 유임되고, 장관 후보들 역시 연거푸 낙마하면서 좀체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쌍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있다. 한 쌍은 서로의 과거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무엇을 가졌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부모를 가졌는지 꼬치꼬치 조건을 맞춰 혹시나 결혼하면 손해 보지나 않을까 서로 불신한다. 또 다른 한 쌍은 ‘과거는 묻지 마세요’다. 혹시나 알게 된 후 기분 나쁠 수 있는 과거를 굳이 들춰내지 않고, 오히려 두 사람이 이렇게 만나서 새로운 가정과 삶을 시작한다는 것이 뿌듯한 축복이라 생각하며 밝은 미래를 다짐한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닥칠 수밖에 없는 인생 위기를 만났을 때 상대에게 미래를 위한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부부는 어느 쪽일까?
청년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전문 창업의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다 보면 실패와 성공은 밤과 낮의 순환 발전 과정과 같이 이어지고, 이를 통해 젊은이는 경험과 경륜을 쌓게 된다.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무엇이 주어져야 할까?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패자부활전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청년창업이 실패하면 대부분은 신용불량이라는 사슬에 묶여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됐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청춘들이 이렇게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풍토에서 희망보다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20여 년 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재일동포 모임에서 “정치자금을 절대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 직후 부산 달동네를 방문한 한 국회의원에게 그곳 주민은 이렇게 당부했다. “의원님! 대통령께 제발 돈을 좀 받으시고 우리 잘살게 좀 해 달라고 하이소!” 서민경제의 고통을 생각해 보면 총리나 장관은 단지 깨끗한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다만 고의성과 과실, 이 두 기준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표준으로 굳어져 버린 정치 청문회는 미래보다 과거를 중요시한다는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가족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과거의 실패와 과오는 비공개청문회를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오히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청문회는 후보자가 만들어 갈 미래 청사진에 대해 심판하는 지식사회형 청문회가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 우리 온 국민이 기대하는 청문회 모습이 아닐까? “중동아시아의 분쟁과 아프리카의 에너지, 그리고 중국의 탐욕과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장관의 견해는 무엇인가?” 2013년 존 케리 국무장관의 청문회 모습이다. 우리 청문회도 미래 지향적 국제정세를 문답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젊은 남녀들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을 과거 조건보다 미래의 행복에 두는 사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청년창업자에겐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패자부활전의 사회풍토를 마련해 가야 한다. 이런 풍요로운 지식경제를 앞장서서 개척해야 하는 게 정치권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청문회부터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보다 앞날의 장밋빛 청사진과 의지를 부추기는 미래형 청문회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상희 (사)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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